패스트패션은 더 질 좋은 것을 더 적게 구매하는 세상의 극단에 있습니다.
패스트패션은 더 질 나쁜 것을 더 많이 파는 것의 궁극적 사례입니다.
우리가 패션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존재하고, 그것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개념이 등장한 시기를 역사가들은 최소한 1300년대로 추정합니다.
그러나 가게에서 판매하는 기성복이 집에서 직접 만들거나 재단사에게 맞춘 옷을 대체한 것은 그로부터 수 세기가 지난 후였죠. 겨우 100년 전만 해도 남성이 결혼식에 입는 양복과 관에 들어가 묻힐 때 입는 양복이 같았고, 여성이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옷을 물려받아 입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대량생산과 대중 매체의 힘을 빌려 유행 주기가 점차 빨라지는 현상을 학자들이 언급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 중반의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패스트패션을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독일의 역사학파 경제학자인 베르너 좀바르트는 패션 산업을 처음으로 자세하게 다룬 1902년의 글에서 패션이 소비자의 취향을 따라가는 것이지 그 반대가 아니라는 신화를 일축했습니다. "최신 패션을 창조하는 원동력은 전적으로 자본주의 기업가에게 있다"라고, 좀바르트는 말했습니다. "파리의 멋쟁이 여성들과 영국 황태자가 기여하는 점은 그저 중간 매개자가 된다는 것뿐이다" 이는 오늘날의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와 힙합 셀럽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의류 산업은 그해의 색깔과 치마 길이를 너무 일찌감치 선택하는데 이는 소비자의 마음을 읽는 능력이 기가 막히게 뛰어난 것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좀바르트가 이해한 대로 미래의 스타일을 결정할 대부분의 권력을 쥔 것입니다.
우리는 패스트패션을 요청하지 않았으나 열광하며 빠져들었습니다. 매년 판매되는 의복의 수는 지난 15년간 거의 두 배로 뛰었죠. 그 숫자는 이제 1000억을 넘어섰으며, 이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이 해마다 옷 열다섯 벌을 구매하는 꼴입니다. 물론 의류 구매가 공평하게 이뤄지는 것은 아닙니다. 브라질과 중국, 인도, 멕시코 같은 국가에서 의류 판매가 급증하고 있긴 하지만, 부유한 국가의 소비자들이 옷을 훨씬 많이 구매할 뿐만 아니라 이들의 의류 구매 횟수 또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습니다.
옷 자체도 대개 곧 쓰레기가 될 운명입니다. 뉴욕 타임스는 미국과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청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똑같은 옷차림으로 외출하는 것처럼 보여선 안 된다고 느끼는 젊은 여성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요. 잉글랜드 윔슬로에 살며 매일 온라인 쇼핑을 하는 한 열여섯 살 소비자는 "겨우 한두 번만 입고 말 거라면 가장 싼 것을 사고 싶어요"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는 피드백 고리가 작용합니다. 낮은 가격이 쇼핑객에게 더욱 빠른 속도로 옷을 교체하도록 부추기고, 이는 다시 기업들이 몇 번 이상 착용할 수 없는 옷들을 생산하게 만듭니다. 21세기에 옷의 수명은 그 어느 때보다 가파르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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